영화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오프닝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첫 15분을 이야기합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거친 숨소리와 땅을 파는 곡괭이 소리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죠. 그 적막 속에서 번뜩이는 다니엘 플레인뷰의 눈빛은 이미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닙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검은 황금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자신의 영혼을 훼손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처절한 보고서입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PTA) 감독은 이 지독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야망은 무엇을 연료로 타오르고 있습니까? 오늘 이 글에서는 줄거리 요약 따위는 집어치우고,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괴물이 탄생하고 파멸하는 과정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 데어 윌 비 블러드 정보 | ||
|---|---|---|
![]() 데어 윌 비 블러드 (평점: 8.08/10) | 제목 (원제) | There Will Be Blood |
| 평점 | 8.08/10 | |
| 개봉일 | 2007-12-26 | |
| 장르 | 드라마 | |
|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 |
| 주연 | 다니엘 데이루이스 (Daniel Plainview), 폴 다노 (Paul Sunday / Eli Sunday), Kevin J. O'Connor (Henry), 키어런 하인즈 (Fletcher Hamilton), Dillon Freasier (H.W. Plainview) | |
다니엘 플레인뷰, 가족이라는 가장 치밀한 연극의 설계자

영화 초반, 다니엘은 고아가 된 H.W.를 자신의 아들로 거둡니다. 겉으로 보기에 이것은 동료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성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이 지점에서 다니엘의 소름 끼치는 계산을 읽었습니다.
그에게 H.W.는 '가족'이 아니라, 땅주인들의 경계심을 허물기 위한 '귀여운 얼굴마담'이었습니다. "가족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사람들은 그를 더 신뢰했으니까요. 이것은 철저히 기획된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이 가설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은 H.W.가 사고로 청력을 잃었을 때입니다. 아이가 더 이상 사업 파트너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통역이 필요해지자, 다니엘은 가차 없이 그를 기차에 태워 농아 학교로 보내버립니다.
그의 애정은 '효용성'이 존재할 때만 유효합니다. 다니엘 플레인뷰에게 타인이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이거나 방해물, 딱 두 가지로만 분류된다는 사실이 이 관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 이 밑으로는 영화의 핵심 전개와 결말에 대한 심각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엘라이 선데이, 신념인가, 아니면 석유보다 더 독한 욕망인가?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자본(다니엘) vs 종교(엘라이)'의 대립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인간입니다. 단지 추구하는 권력의 형태가 다를 뿐, 둘 다 지독한 나르시시스트이자 사기꾼에 가깝습니다.
폴 다노가 연기한 엘라이 선데이는 신의 이름을 빌려 마을 사람들을 지배하려 합니다. 다니엘이 땅을 착취한다면, 엘라이는 사람들의 믿음을 착취합니다. 두 사람의 충돌은 신념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이 구역의 왕인가"를 가리는 서열 싸움입니다.
영화 후반부, 엘라이가 다니엘을 찾아와 굴욕적인 부탁을 하는 장면에서 다니엘이 뱉는 대사는 이 영화의 백미이자 광기의 정점입니다.

"I drink your milkshake! I drink it up!
(내가 네 밀크셰이크를 마셔버린 거야! 강 건너에 있는 내 빨대가 네 거실까지 뻗어가서 네 밀크셰이크를 쪽 빨아먹는 거라고!)"
이 대사는 단순히 석유를 뺏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너의 신, 너의 믿음, 너의 자존심까지 내가 다 집어삼켰다"는 완전한 승리 선언입니다. 다니엘은 엘라이의 위선을 발가벗기고 짓밟음으로써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려 했던 것입니다.
피와 기름의 냄새: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경고하는 인간 본성의 붕괴

다니엘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이복동생이라 주장하며 나타난 헨리에게였죠. 그는 헨리에게 자신의 깊은 혐오와 고독을 고백합니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 그저 경쟁하고 이기고 싶을 뿐이야."
하지만 헨리가 가짜임이 밝혀졌을 때, 다니엘이 느낀 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애 처음으로 시도했던 '인간적 연결'이 끊어지는 소리였습니다. 그는 헨리를 죽이고 땅에 묻으며, 자신의 마지막 인간성도 함께 매장해버립니다.
저는 이 장면이 다니엘이 완전한 괴물로 각성하는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제 혈육조차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세상에 남은 것은 오직 자신과 석유뿐이라는 비극적인 결론에 도달합니다.
| 구분 | 다니엘 플레인뷰 | 엘라이 선데이 |
|---|---|---|
| 핵심 욕망 | 자본, 지배, 고립 | 종교적 권위, 인정 욕구 |
| 무기 | 석유, 폭력, 돈 | 설교, 믿음, 가스라이팅 |
| 결말 | 성공했으나 파멸함 | 비굴하게 죽임 당함 |
PTA의 최종 질문: 이 모든 광란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의 마지막, 볼링장에서 벌어지는 살육극은 충격적입니다. 엘라이를 죽인 후 다니엘은 "I'm finished(다 끝났어)"라고 중얼거립니다. 이 대사는 중의적입니다. 엘라이와의 싸움이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이 완전히 소진되었다는 고백처럼 들립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결말을 두고 "다니엘은 결국 승리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제 뇌피셜을 보태자면, 그는 패배했습니다. 그는 원하던 부를 모두 가졌지만, 그 대가로 곁에 아무도 남지 않는 지옥을 스스로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닙니다. 그는 그냥 다니엘 플레인뷰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그 공허함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관객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2007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혹은 보셨더라도 그 깊이를 다시 느끼고 싶다면 IMDb 평점 8점대를 기록한 이 걸작을 반드시 다시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댓글 쓰기